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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한 퇴사

나름 컨셉에 딱 맞는 날인데,
퇴직 면담하러 회사 가야 하는데, 너무나 가기 싫다.
그래서 나의 소중한 햇살 좋은 날을
그들을 만날 스트레스에 무기력과 두통으로 소진하는 중이다.

이렇게 싫은걸, 어떻게 그동안 매일 간 것이냐!

무직자가 되면, 아침에 출근할 곳이 없어지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 휴옹... 일단 오늘은 아침 점심도 제대로 안 챙겨 먹었구나..

오늘만 늘어지고, 머리 아프고, 귀찮을 거다.
오늘은 그냥 뮝기적거리고, 면담 마치면
그럼 이제 바이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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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1시간 전, 외근지(를 빙자하여 짱박혔던 별다방)을 떠나 사무실 내 자리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만두지 않을 이유가 돈 말고는 하나도 없는데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 이거 더 번다고 떼부자 될 것 도 아니고... 
이럴 때는 In the long-run, we all die.. 라는 사실을 알려주신, 케인즈 님께 매우 감사하.... ... 

그런데, 막상 내 자리에 앉아서 보면, 
끝내주는 뷰가 있는 창가 바로 앞, 그래도 후지지는 않은 사무실 가구와 인테리어, 
이 그룹의 문화와는 정말 맞지 않게, 진짜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어렵지 않은 일... 

무엇보다 ㄴ ㅐ ㅈ ㅏ ㄹㅣ.... 

이걸 버리고 꼭 나갈 이유가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언뜻 들고... 
(... 내가 이렇게 마음 약해질까봐, 이른 아침 퇴사 이메일을 던지고 출근했지롱!..)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좀 오래 다니긴 했지! ㅎ), 그리고 주루룩 직장생활.. 
어딘가 소속이 늘 있었고, 그 소속이 나쁘지 않은 나의 브랜드가 되어 주었는데... 

이제는 온전히 나... 어느 학교 출신인지, 어느 회사에서 연봉을 얼마를 받는지, 누구를 알고 누구와 친한지... 
그런 악세사리들 하나 없이, 온전히 나를 찾아야 한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가장 편안했던 시절은.. 
기숙사에 비슷한 성향/능력치의 친구들과 모여 살며, 시키는 공부만 하던(그거 따라가기도 허덕이던) 과학고 3년 동안이었지 싶다. 
그건 딱 대학 원서 쓰기 전까지만!... 
막상 대학에 가려고 보니, 시키는 공부 잘하고 싶은거 말고.. 나는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내 삶을 선택해야 하는 그 첫 번째 순간부터는 사춘기를 겪고 있다. 나이 마흔이 몇 년 안 남은, 지금까지도...

하지만 뭐, 어때! 나는 지금까지 잘 살았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공부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몸에 잘 안맞는 옷이기는 했지만 조직생활 하면서... 
그 전보다는 내 부족함을 알고
감사할 일들이 훨씬 많은 삶을 살았으니...

선택.. 그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후에 내가 어떤 자세로, 어떻게 내 시간을 채워나갈지.... 내 행복을 찾아나갈지.... 

간판 떼고, 브랜드 떼고, 기회비용도/ 매몰비용도 이제 잊어버리고

나를 바라보고 더 많이 나를 사랑할테다. 

...........이제 퇴직면담 15분 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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